침과 뜸으로 맺어진 인연

 3년간 침과 뜸을 공부하며 마스터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배운 것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도록 쓰고 싶은 마음에, 저는 불교 신문에 봉사를 한다는 광고를 냈습니다. 그 광고를 보고 전화해온 사람이 있었습니다.

“저는 오산 동탄 신도시에 정안사라는 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사람은 절을 가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직접 만나보고 싶다며 저희 집으로 찾아왔습니다. 점심을 대접했더니, 그는 점심을 먹고 나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습니다.

“저는 돈에 구애받지 않는 사람입니다. 돈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저를 만나면 밥을 먹든 뭘 하든 부담 갖지 마세요. 모든 비용은 제가 부담할 겁니다. 앞으로 저와 함께 봉사하시는 것이 어떠시겠어요?”

그때 저는 이미 뜸을 마스터한 상태였고, 봉사를 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에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그가 운영하는 정안사를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 사람은 수년간 간접구로 뜸을 뜨고 있었습니다. 저는 직접구와 침을 배운 사람이었기 때문에, 치료 방식이 달랐던 것입니다.

간접구는 큰 기구를 사용하여 대충 그 언저리에 놓기만 해도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직접구는 정확히 혈자리에 놓아야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간접구는 비용이 많이 드는 반면, 직접구는 섬세한 공부가 필요하지만 치료하는데 드는 비용은 매우 저렴합니다.

알고 보니 그 사람은 암 환자였습니다. 그래서 봉사할 장소가 없던 저에게 절에서 치료를 해보라는 제안을 했던 것입니다.

“필요한 재료 비용은 제가 모두 지불하겠습니다.”

그는 동탄 신도시에서 땅값을 받아 수백억 자산가가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돈 중 일부를 자녀들에게 나눠주고, 남은 돈은 모두 봉사 활동을 위해 쓰고 싶다고 했습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봉사할 수 있는 좋은 장소를 찾아봅시다.”

우리는 여러 곳을 찾아다녔고, 결국 안성 금강면에서 모텔을 짓다 만 70개의 방이 있는 건물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그 건물을 10억에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안성으로 이사까지 와서 봉사를 할 수 있도록 3층짜리 집을 짓고, 새로 절도 지었습니다.

“여기서 평생 함께 봉사합시다.”

저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저희 둘은 봉사를 위해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매일 만나며 치료와 봉사를 준비하던 어느 날이었다. 갑자기 그 사람과 연락이 끊겼습니다. 열흘이 지나도록 아무런 소식도 없었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그의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그의 아들은 아버지께서 갑작스럽게 암이 재발하여 돌아가셨다고 했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유언을 남겼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에게도 연락이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평생 함께 봉사하자고 약속했던 사람이 떠나가 버렸습니다. 허무함이 밀려왔습니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습니다. 다시 봉사할 곳을 찾아야 했습니다. 저는 또 다른 길을 찾아 나서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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